2013년 1월 1일 화요일

화성인 아키텍트?

꽤 인기가 있었던 [조엘 온 소프트웨어]를 읽다 보니, 14장의 <화성인 아키텍트를 조심하세요>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점만 말하면 추상적인 아키텍트와 관련된 많은 노력의 산물들이 끊임없이 고안되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 나오지만, 현실성이 부족한 [화성인]스러운 개념으로 인해 정작 쓸모는 적고 투자해야 할 시간과 노력은 많으니, 너무 현혹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장의 제목이나, 이야기의 처음 시작은 추상화된 아키텍트에 관한 듯 보이지만, 조엘 스폴스키가 예를 든 분야는 분산형 컴퓨팅 시스템의 오랜 숙제인 이기종 RPC/CORBA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기술은 다양한 컴퓨팅 환경으로 인해 상호 호환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득, 이 장을 읽다보니, 컴퓨터와 전자기기 분야에서 오래되어 온 [표준화]와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기의 8 bit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가 시작하면서,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컴퓨터가 탄생하였습니다. Apple과 Commodore, Tandy Radio Shack, Sinclare, Sharp 등등... 마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마냥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각자의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사용들은 너무 많은 비슷한 컴퓨터들 사이에 혼란을 느꼈고, 호환되지 않는 소프트웨어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연스러운 요구에 부흥하여 미국의 Microsoft와 일본의 ASCII가 손을 잡고 MSX라는 표준 컴퓨터를 발표하였으나, 일본과 한국 등의 일부 국가에서만 호응을 얻었고, 그나마도 게임용 컴퓨터로 활용되어 애초의 취지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MSX (사진은 후기형 기종인 MSX Turbo-R)

게임기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몇 개의 게임기 업체가 경쟁을 하는 구도를 이어가자, 사용자들은 유명한 게임을 자신의 게임기에서 즐기지 못하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사용자들의 욕구를 감지한 미국의 Electronic Arts에서 3DO interactive라는 회사를 만들고, 3DO라는 게임기를 설계해 여러 회사와 콘소시엄을 체결해 일종의 공동 개발/협력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참여 업체들이 업계의 마이너 후발주자였고, 소니의 새로운 게임기 출시 등으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져 버렸습니다.


어쩌면 이런 노력들은 여러 분야에서 항상 존재해 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유물이 되어버린 VTR(Video Tape Recorder)의 VHS와 Beta 방식도 그랬고,
최근에는 표준화가 되어 실생활로 다가온 디지털 TV도 초기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NTSC와 PAL로 양분되어 있었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한때 윈텔이라 불리던 Intel 기반의 IBM 호환 PC와 Microsoft의 MS-Windows 운영체제가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인 적도 있으나,
획일화에 염증을 낸 사용자들 덕분인지 Linux가 활성화되고 매킨토시가 다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보면,
획일화와 다양화를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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