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버깅에 집중하다 보니,
마지막 포스팅에서의 쓸데없는 생각, 자기 자신을 (온전히) 디버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오늘 밤, 아니군 어제 밤, 간만에 산책을 하면서 들어 온 생각
자기 자신을 디버깅 할 수 있는 머신은 과연 불가능한 걸까?
(현재의 프로그램이라는 좁은 제한을 벗어나 모듈화 되고 병렬처리가 가능하고 자기 복제도 가능한 등의 H/W와 S/W를 모두 갖춘 진보된 장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서의 고차원적인 문제를 생각해 본 것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초반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버그가 없는 프로그램도 없지만, 디버깅이 불가능한 프로그램도 없지.
그런가?
2001: A Space Odyssey에는 HAL 9000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등장한다.
탁월한 능력을 지녔으며 우주선의 모든 것을 관리/제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구와의 통신을 위한 위성 안테나 모듈에 문제가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우주선의 항해사들은 HAL 9000에 버그가 발생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HAL 9000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버그를 제거하는 디버깅의 시작은 버그를 인식하는 것이다.
HAL 9000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것이 버그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면 디버깅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이 버그였을까?
엄격하게 따지자면 그건 버그가 아니었다.
그 문제를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옳고 그름이 갈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HAL 9000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기에 안테나 모듈의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항해사들의 입장에서는 문제 없는 모듈에 문제가 있다고 교체를 강요하는 HAL 9000에 큰 버그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모든 입장, 모든 치우침, 모든 편견에서 자유로워진다면 버그라고 인식할 것이 없는 건 아닐까?
결국은 극히 제한된 일부로써의 편향된 입장을 가지게 되면 버그로 인식할 것은 매우 많아지는 것이고, 버그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이의 편향된 생각이 만들어낸 왜곡된 환상이었던 건 아닐까?
일본의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최고의 로봇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하던 텐마 박사는 결국 모든 인류의 특성을 한데 모아서 자신의 로봇에게 주입을 했고, 기동을 시켰으나 결국 그 로봇은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모든 인류의 특성을 가진 롯봇은 결국 자신의 주체를 혼동하여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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