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4일 월요일

[알파고] 인공지능과의 조우

2016년 3월 9일,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인 알파고와 프로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시작되었다.

이 경기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으며 총 5국의 대전을 펼칠 예정이다.

애당초 이세돌 9단은 5:0 혹은 4:1의 일방적인 승리를 자신했는데,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초반 3국을 모두 알파고가 승리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15일 새벽 현재는 4국까지 진행되었으며, 다행히도 이세돌 9단이 네번째 경기를 이겨서 1:3인 상황으로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겨 두었다.


이 과정은 거의 모든 인류에게 충격을 주었음이 확실한데, 팔순을 넘긴 부친께서도 방송을 보시고 걱정을 하셨더랬으니....

그리고 그걸 보고 있자니 인간들이 받았을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한번의 승리에 대해 환호하는 모습에서 비쳐지는 초라한 안도감에, 만감이 교차하고 온갖 생각들이 머리 속을 흔들어 놓았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 보다 더 다양한 상상과 우려와 희망을 얘기하고 있는데,
나 또한 여기에 지금까지의 내 생각을 한번 끄적여 보고 싶다.



경기에 대한 예고가 있었을 시점부터 내가 예상했던 한가지.
만약에라도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패배한다면(이제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애써 무시하려 할 것이다.
그래봐야 단지 좀 복잡한 '게임'일 뿐 아니냐고....
성능 좋은 기계와 효율적인 알고리즘으로 언젠가는 정복될 수 있었던 복잡한 계산이었을 뿐이라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순간, 나는 혼란에 빠졌다.
이세돌을 이긴 것이 알파고인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개발자들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또 하나의 공포를 불러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개발자들은, 알파고가 둔 바둑의 각 수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알파고가 내린 결정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을까?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은 과연 알파고의 버그일까?
인공지능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인간이 따라야 하는 그런 암울한 순간이 오게 되는 건 아닐까?

이대로 가게 되면 미래에는,
과연 '인공지능'일 필요가 있을까? 인간을 닮으려는 목표로 시작되었지만, 결국에는 인간스러워야 하는 것은 단지 제약일 뿐이고, 다시 인간다워지는 것을 벗어난 '궁극의 지능'이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대국을 진행하는 화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여러가지 의심도 들었다.
과연 알파고는 여러대의 컴퓨터가 연결된 일종의 서버팜일까? 혹시 거기엔 바둑 고수들 여러명이 모여 있는건 아닐까? 그리고 구글이나 딥마인드가 원했던 것은 알파고와 같은 뛰어난 시스템이 아니라, 그런 시스템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알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허무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지난 수천년간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시간들을 써가며 골몰하고 온갖 묘수를 짜냈던 그 노력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것일까?
그리고 생산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간의 감각적인 측면에 호소하는 많은 일들 - 스포츠, 오락, 예술, 영화, 문학 - 등등은 이제 시간만 갉아 먹는 백해 무익한 것들로 전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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